2010년 1월 13일 수요일

흑(黑)과 다(茶)의 환상(하)

흑(黑)과 다(茶)의 환상 (하) -온다리쿠

 

한동안 오늘 눈이 잠시 쉬는가 싶더니 그 새를 못 참고 또 길을 덮어버렸다. 눈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밖에 나가기 싫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눈 위가 아닌 맨땅을 걷고 싶다.

 

<온다리쿠>의 <흑(黑)과 다(茶)의 환상>은 이런 겨울 날 방안에서 잠시 환상에 빠질 수 있도록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처음 상권을 읽었을 때는 잘 몰랐다. 여행을 도구로 하려 과거의 일어난 사건의 조각을 찾아 맞추는 심리극이 아닌가 생각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마키오’와 ‘유리’ 사이에 벌어진 일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상권을 다 읽고 하권을 읽어 가면서 숨겨진 뭔가가 또 있을 듯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권의 시작은 마키오부터 시작한다. 난 마키오가 사건의 가장 큰 열쇠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에 마지막장에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러나 이 장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추리심리극이 아니라 그걸 토대로 가장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듯 느꼈다. ‘마키오’의 독백 부분에서 어쩜 그가 하는 말이 내가 해왔던 것과 나의 생각과 거의 일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키오 부분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그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하게 되었다. 4명의 인물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각기 다른 4명의 인간을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4명은 단지 4명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성향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로 하여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인간상을 말해주는 듯 보인다. 이런 나만의 추리로 이 책을 재미있게 좀 다르게 해석한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상대방은 그것을 색다른 추리로 되돌려 준다. 이런 과정에서 나도 조금은 추리가 늘었는지 모른다.^^

 

2권 약 700페이지를 읽는 동안 내내 즐겁고 몰입됐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일상적인 대화 보단 독백 부분과 주요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진지한 부분, 그리고 ‘아키히코’와 ‘마키오’ 부분에서 가장 몰입되어 읽어 나갔고, 밤늦은 줄도 모르게 읽었다. 4장으로 된 파트가 읽는 사람마다 재미있고 자신에게 더 재미있는 부분이 따로 있을 거라 생각된다.

 

책을 다 읽고 이 책<흑과 다의 환상>이 <온다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속에 나오는 4편의 이야기중 첫번째 이야기 라는걸 알았다. 시작 편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안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 이야기를 더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치 추리소설처럼 아직 못 찾은 마지막 한 조각을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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